거리가 반으로 줄면 조도는 얼마나 높아질까?

천장 조명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거리와 조도와의 관계에 숨겨진 비밀

조명과 비추는 대상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대상면은 더 밝게 빛난다. 이 사실은 우리가 평소의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빛과 거리의 관계 속에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를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도.

거리가 반으로 줄면 조도는 얼마나 늘어날까?

거리와 조도에 관한 간단한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천장과 책상 높이와의 거리가 1.5m인 공간이 있다. 이때 책상 위에 설치된 조명 하나의 빛은 책상면을 100lux*의 조도로 밝힌다고 한다. 그럴 때 동일한 조명을 펜던트로 만들어 책상과의 거리를 절반인 0.75m으로 줄인다면 책상면의 조도는 얼마나 높아질까?

*lux (룩스) : 바닥면 또는 작업면에 입사하는 빛의 양, 조도를 나타내는 빛의 단위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도가 두 배로 늘어나 200lux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답은 두 배가 아닌, 네 배가 늘어난 400lux다. 이것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면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답은 두 배가 아닌, 네 배가 늘어난 400lux다.
이것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면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리는 1차원의 것이지만, 빛을 비추는 면적은 2차원이다. (그리고 우리의 공간은 3차원이다) 빛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1m에서 1㎡를 비추는 빛은 2m가 되면 가로세로 2m가 되어 총 4㎡로 늘어난다. 면적이 4배 늘어나므로 결과적으로 조도는 1/4로 떨어진다. 조도는 결국 조명과의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나고 줄어들게 된다. 조도는 조명과의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조명에서 쉽게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조명과 거리와의 관계다. 10W의 조명을 쓸지 20W의 조명을 쓸지는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조명과 비추는 대상과의 거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신경 쓰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수치적으로만 본다면 해당면의 조도를 높이기 위해서 광량을 두 배 늘리는 것보다 거리를 1/2로 줄이는 것이 두 배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출처 : 시그니파이 라이팅 아카데미

위의 그림은 거리와 조도와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1m 거리의 대상면에 100lux를 내는 조명이 있을 때 이 거리가 2m로 늘어나면 조도는 1/4인 25lux로 줄어들게 된다. 3m로 거리가 멀어지면 1/9인 11lux로 떨어진다. 반대로 거리를 1/2로 줄였을 때는 4배인 400lux, 1/3로 줄인다면 900lux의 조도로 작업면을 비출 수 있다. 거리의 제곱으로 밝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거리와 조도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거리와 조도와의 관계는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적용해 볼 수 있다.

주방 조리대 작업조명을 생각해보자. 주방에서 가장 밝아야 하는 것은 조리대이다. 하지만 천장조명으로는 이러한 빛환경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천장에서 비추는 조명으로 조리대를 주변보다 밝게 밝히기 위해서는 배광을 좁히고 수납장의 도어나 사용자의 그림자를 피해 정밀한 설계를 해야 한다. 이는 설계적인 측면으로도 어려운 방법이거니와, 조리대를 원하는 만큼 밝히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방 상부장 아랫면에 별도의 작업대 조명을 설치한다면 많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어려운 배광의 구현이나 그림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무엇보다 적은 에너지로 충분히 작업면을 밝힐 수 있게 된다. 천장 조명을 낮추면 조리대와 조명 사이의 거리는 1/2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계획한 밝기를 천장 조명 대비 1/4도 안 되는 전력으로도 그림자 없이 충분히 밝은 조리대의 빛환경을 만들 수 있는 키가 바로 거리와 조도와의 관계다.

책상 위에 별도의 스탠드 조명을 놓는 것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앞서 조리대의 예처럼 적은 에너지로 이전보다 훨씬 밝은 책상면의 조도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주변으로 낭비되는 빛을 막아줄뿐더러, 주변과의 조도 차이를 만들어 보다 집중할 수 있는 빛환경을 만들어낸다. 또 사용 용도와 작업 종류에 따라 조명의 밝기, 거리, 각도 등을 조절함으로써 그때그때 필요한 빛을 선택해 비춰줄 수 있다. 책상 위 스탠드 조명 디자인에 다양한 높이와 각도로 빛을 조절할 수 있게끔 관절과 힌지에 많은 공을 들인 조명이 많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리대 하단, 스탠드나 펜던트 조명뿐 아니라 거리와 조도와의 관계는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공간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귀금속, 화장품, 의류에서부터 우리 생활 속 마트와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쇼윈도가 되어 가까이서 비추는 빛을 통해 적은 전력으로 더 밝고 높은 대비를 통해 대상을 더 밝고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설계된다.

“모든 조명을 천장에서 해결하기보다
다양한 높이의 다양한 빛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 공간 대부분의 조명은 아직 천장에 한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간편하고 효율적이며 공간 활용에 용이하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에서는 목적에 따라 강조하고 높은 조도를 구현해야 하는 곳들이 존재한다. 그럴 때 모든 조명을 천장에서 해결하기보다 다양한 높이의 다양한 빛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단지 조명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에너지 사용과 함께 필요한 곳에는 더욱 밝고 풍성한 빛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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