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에펠탑의 조명이 꺼졌다

빛과 에너지에 대해 생각하는 조금 특별할 연말을 위하여

해마다 연말이 되면 세계 여러 곳에는 늦은 밤까지 화려한 조명들이 켜진다. 춥고 밤이 길어지는 겨울에는 사람들의 활동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거리에 활기를 더하는 아름다운 조명은 움츠러든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광장과 백화점, 거리에 놓인 조명 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따뜻한 빛이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실제 이 시기의 밝고 따뜻한 빛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것은 비단 사회적인 영역뿐 아니라 경제적인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독일은 크리스마스 행사로 인한 국가적 경제 효과를 2조 8천억원 정도로 추측한다. 국내에도 지역의 연말 축제를 통해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대의 경제 효과를 기대한다는 기사가 나온다. 밝은 빛은 우리가 도시와 공간을 더 많은 시간 동안 활용할 수 있게끔 돕는다. 또한 그러한 빛이 도시와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감동과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올 겨울은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매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 프랑스 파리, 그중 파리의 상징이라 불리며 자정 넘어 새벽에도 아름답게 반짝이던 에펠탑은 이제 11시 45분만 되면 모든 조명이 꺼진다. 늘 반짝이던 샹젤리제 거리와 파리의 시청, 박물관 공공기관의 조명 야간에는 모두 소등한다.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의 조명과 함께 건물 외관이나 기념물에 비추는 경관조명의 사용도 대폭 축소되거나 금지된다. 이처럼 유럽 전역은 강력한 에너지 절감 계획을 세우며 지금보다 어두워질 예정이다.

프랑스,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 지역의 경관조명 사용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함께 에너지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막히고 에너지 원가가 폭등하면서 에너지 사용 자제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뿐 아니라 올해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에너지 절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경관조명은 오후 11시부터 켤 수 없으며, 실내 조명도 공공기관의 경우 30% 이상을 소등하기로 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이미 2011년에 있었다. 오일쇼크로 인해 세계적인 에너지 문제가 촉발되었는데, 같은 해 7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에너지’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 만큼 큰 사고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한강 다리의 모든 조명을 끄기로 결정했다. 에너지를 아껴야 함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상징적인 조치였다. 캄캄해진 한강변을 보며 그래도 오래지 않아 회복하지 않을까 했던 기대와는 다르게 모든 한강 다리의 조명이 다시 켜지는 데에는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11년 꺼진 모든 한강 다리의 조명이 다시 켜지는 데에는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여기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LED 사용 등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자는 사람들이 줄어든 축제 규모로 집에 머물며 사용하게 되는 에너지가 더 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연말 행사의 규모가 줄면서 매출, 일자리, 생산성 등 잃는 것이 더 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단순히 생각하고 결론지을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조금씩 에너지를 적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혹자는 조명 한두 개 끈다고 해서 에너지가 얼마나 절약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겨울철 야간경관조명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역할을 생각할 때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올해 겨울을 특히 더욱 그러하다. 크리스마스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워낙 큰 데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움츠러들었던 시장이 겨우 고개를 들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각자가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과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의 조명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것에 있다. 에너지를 아끼겠다고 공간의 모든 불을 끌 수 없다. 하지만 조금 불편하게 지낼 수는 있다. 무거운 물건을 기계의 도움 없이 옮기거나 추운 겨울밤 찬물로 씻고 난로의 온도를 급격히 낮추는 것은 우리에게 상당한 불편함과 어려움을 초래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조명을 끔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은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사용하는 조명을 고효율의 LED 조명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국제환경기구IEA에서 에너지 절감 요소 중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LED보급의 확대다. 또한 필립스 휴, WiZ와 같은 스마트 조명 제어 시스템을 통해 디밍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필요한 만큼의 빛을 사용하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부를 소등하는 것이 불편할 때, 스마트 조명으로 70%의 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에너지사용을 거의 반으로 줄일 수 있다. (우리 눈은 오래지 않아 그 밝기에 적응하는 능력을 지녔다.)

밝은 낮에는 조명을 끄자.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을 최소화해보자. 자연의 빛을 최대한 누리고, 이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모든 곳을 밝히기보다 필요한 곳을 별도로 밝힐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또한 높은 효율과 연색성을 가진 LED램프와 스마트 조명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보자. 조금의 불편함만 감수해도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것도, 조금 적은 양이라 할지라도 현명하게 사용하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는 것도, 바로 빛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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