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 램프는 인류의 영원한 빛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규격형 조명과 맞춤형 조명의 의미와 미래

동그스름한 유리 속 가느다란 필라멘트와 한쪽에 위치한 나사선 형태의 금속 접합부. 전기가 통하면 반짝하고 빛이 나는 존재. 조명을 상징하는 것과 더불어 머릿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상징하는 인류의 대표적인 아이콘은 바로 백열전구이다. 인류는 수백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빛을 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지만 백열전구만큼 인류의 빛을 가장 잘 상징하는 존재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오랜 기간 어둠을 밝히기 위해 등잔, 양초, 가스등, 기름램프 등을 사용해 왔다. 전기를 통해 처음 빛을 낸 것은 19세기 초반 발명된 아크등이었다. 하지만 부피가 크고 설비도 복잡하여 대중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1879년, 발명가인 토마스 에디슨은 필라멘트가 들어 있는 백열전구를 발명했다. 이와 함께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기와 전기를 보급하는 기술들을 함께 개발하면서 여러 과학자들을 제치고 최초의 백열전구 발명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자신이 발명한 램프를 들고 있는 토마스 에디슨 (Thomas Alva Edison)

에디슨이 만든 전구의 형태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전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구가 발명된 지 150년이 가까워오지만, 나사선을 활용한 베이스의 전구 형태와 규격은 현재까지도 거의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E26으로 대표되는 이 규격은 에디슨의 이름을 따라 ‘E’를 붙이고, 나사선 형식을 가진 접합부의 지름 26mm의 숫자를 합해 만들어졌다. 지름의 크기에 따라 E14, E17 등 여러 규격이 존재한다.

소켓 접합부 지름에 따른 백열전구의 다양한 규격. E26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빛을 만드는 램프의 기술은 할로겐과 형광램프, 다양한 가스방전램프를 거쳐 현재의 LED까지 기술의 진보가 끊이지 않았던 조명 분야에서, 100년이 넘은 규격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이는 그만큼 잘 만든 규격이라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지 수십 년 지난 과거의 빈티지 조명일지라도, E26규격을 사용한다면 최신 기술의 LED스마트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규격의 힘은 이렇게나 대단하다.

“만들어진 지 수십 년 지난 과거의 빈티지 조명일지라도,
E26규격을 사용한다면 최신 기술의 LED스마트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규격의 힘은 이렇게나 대단하다.”

설립된 지100년이 훌쩍 넘은 루이스폴센 조명과
스마트조명 필립스 휴의 궁합을 소개하는 일본 블로그 (출처 : Mono Room)

하지만 백여 년 넘게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독보적인 E26의 존재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LED가 개발되기 이전까지 램프의 제조와 조명 기구의 제조는 별도로 존재했다. 당시 높은 효율과 수명이 안전한 램프를 만든다는 것은 무척 높은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그래서 전문 램프 제조사들은 램프의 특성과 광량에 맞는 여러 규격을 정하고 이에 따라 램프를 제조했으며, 조명기구 제조사들은 램프 규격을 바탕으로 조명기구를 만들었다. 때문에 램프에서는 규격이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기반의 LED가 주요 광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판도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램프의 생산이 상대적으로 쉬워지면서 다양한 업체들이 LED 소자를 개발하고, 또 개발한 소자를 직접 배치하고 설계하며 각자 필요한 맞춤형 광원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표준형 램프의 시대에서, 맞춤형 램프의 시대로 그렇게 조명에서 규격이 가진 위치는 변화하고 있다.

램프의 규격을 떠나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제작되는 조명들 (2022 조명박람회)

맞춤형 램프라는 특징은 높은 효율과 긴 수명 외에도 조명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램프 규격에 모든 것이 맞춰져야 했던 이전과 다르게, 아주 작은 램프에서부터 원하는 대로 길이와 너비를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비추는 대상에 따라 도넛이나 물결 형태, 나아가 3D 입체 표면에 광원을 배치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만들고자 하는 빛과 조명기구의 형태나, 비추고자 하는 대상의 형태에 따라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규격형 램프는 수명이 다하면 램프만 교체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했지만, 맞춤형 램프를 사용하는 조명기구의 경우 램프의 수명이 곧 기구의 수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램프만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용자가 교체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LED의 긴 수명이 이를 보완한다고는 하지만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램프교체형 조명에 비해 수명이 줄어든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램프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수명뿐 아니라 광량, 색온도, 심지어 배광까지도 바꿀 수 있었던 기존의 장점은 모두 사라진다.

“램프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수명뿐 아니라 광량, 색온도, 심지어 배광까지도 바꿀 수 있었던 기존의 장점은 모두 사라진다.”


램프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이는 환경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맞춤형 램프를 사용한 조명은 고장 수리 등의 유지관리와 지속가능성에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동일한 기능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고려한다면 규격형 교체형 조명의 사용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어디에 어떻게 각 램프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해보아야 하는 이유다.

LED 스마트조명 시대에도 에디슨램프의 E26 규격은 계속 사용된다.

스마트 조명의 시대에 규격형 램프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21세기의 시작을 알린 LED라는 상징적인 광원과 스마트통신기술이 탑재되어 출시되는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1800년대 에디슨이 처음 백열전구를 개발할 때 사용한 것과 거의 동일한 E26 규격을 우리는 마주한다. 이는 과거의 규격이지만 우리 각자의 공간과 삶이라는 다양성 앞에 가장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빛이기도 하다. 세기를 거쳐 만들어온 인류의 오래되고 다양하고 멋진 조명기구들도 새로운 램프만 설치하면 우리의 밤을 스마트하게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빛의 상징으로 백 년 넘게 사용된 에디슨 램프라는 아이콘은 이후 백 년 후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류가 처음 백열전구로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힌 그 순간의 상징성이 위대한 순간이었을 뿐 아니라, 더 높은 효율로 편리하게 다양한 빛을 사용할 앞으로의 시간에도 인류가 만들어온 멋진 조명들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우리의 다양한 공간과 삶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 남기기

Up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