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빛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들

일곱 빛깔 무지개부터 무대조명과 IoT 조명까지 이어지는 음악과 빛의 만남

무지개를 살펴보면 연속적인 색의 변화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왜 일곱 가지 색으로 불릴까? 단순하게 나누면 3가지로 나눌 수도 있고, 복잡하게 나눈다면 100가지로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문화권마다 무지개의 색을 구분하는 수가 다르기도 하다. 이런 무지개의 빛을 우리가 아는 것과 같이 일곱 가지 색으로 구분한 사람은 놀랍게도 빛의 스펙트럼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다. 뉴턴은 ‘도레미파솔라시’로 구성된 7개의 음계와 빛이 가진 색의 수를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 ‘빨주노초파남보’의 7가지 색으로 무지개의 색을 정의했다. 빛과 음악 사이에 어떤 미묘한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색의 조화가 소리의 조화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고 하니, 빛과 음악 사이의 관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색은 빛을 통해 눈으로 감지하고, 음은 소리의 일종으로 귀를 통해 듣게 된다. 각기 다른 감각기관으로 감지하는 대상이지만, 여러 가지 색이 나타내는 조화와 여러 음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조화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많은 부분에 있어 비슷한 면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시작된 빛과 음악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알렉산더 리밍턴(Alexander Wallace Rimington)의 컬러 오르간

빛과 음악을 연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1893년 알렉산더 리밍턴이 컬러 오르간(Color Organ)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 악기는 건반의 각 음마다 다른 색의 불빛이 나도록 만들어져 연주하는 음악의 음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주었다. 청각장애인들도 이를 통해 음악을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우리의 감각은 기본적으로 시각, 미각, 청각, 후각, 촉각의 5가지로, 각각의 감각은 독립적으로 활동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이 동시에 느껴지는 경우가 존재한다. 소리를 듣는 중에 색이 보이고, 글을 읽으며 냄새를 맡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공감각(Synesthesia)이라 한다. 특히 음악과 빛 사이에 발생하는 공감각은 수많은 음악가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소리를 그래프 또는 이미지로 보여주기 위한 시도도 이루어졌다. 물리적인 파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오실로 그래프(Oscillograph)나 스펙트럼 형태로 표현한 스펙트로 그래프(Spactrograph), 그리고 우리가 음향기기 등에서 보는 이퀄라이저(Equalizer)의 볼륨 바 역시도 음악을 시각화하기 위한 시도의 한 갈래로 볼 수 있다.

음악과 빛의 만남은 무대에서도 일어난다. 놀이와 공연은 인류에게 오랜 시간 중요한 문화였던 만큼 공연에 있어서 빛과 조명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오랜시간 무대에서의 빛은 공연을 위한 밝기를 확보하는 용도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하지만 백열전구와 같은 전기조명의 발명은 무대조명의 영역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빛은 무대의 미학적인 접근에서부터 공연이 가진 다양한 감정과 의도, 형태를 극적으로 펼치고 표현하는 것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빛은 무대의 미학적인 접근에서부터 공연이 가진 다양한 감정과 의도, 형태를 극적으로 펼치고 표현하는 것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음악 공연에서의 조명은 관객으로 하여금 공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대 조명 미학의 창시자이자 무대 조명의 선구자로 불리는 아돌프 아피아(Adolphe Appia, 1862~1928)는 특히 음악과 빛 사이에는 신비로운 인연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두 가지는 각기 다른 요소이지만 그 효과는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아돌프 아피아는 단순히 무대를 밝히는 것을 넘어 명암을 통해 마치 채색하듯 장면을 그려내고, 분위기를 만들며,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여러 빛을 조작하고 지휘하는 개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들은 현대 극과 공연의 조명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조명과 빛을 사용한 특수효과들이 음악 무대를 채운다. 이제 무대와 조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빛과 음악이 오랜 시간 무대라는 특별한 곳에서 발전했다면, 오늘날에는 그러한 빛과 음악을 보다 쉽고 넓게, 그리고 긴밀하고 즉각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진다. 이는 이전에 음악을 분석하고 성향과 리듬에 맞춰 조명을 연출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음악의 성향을 분석하는 Ai와 빠른 프로세싱 능력, 조명기구와 제어기술의 발달 등으로 보다 다양하고 멋진 빛 연출이 가능해졌다. 음악에 따라 빛의 밝기와 색을 변화시키는 스피커부터, 음악에 맞춰서 공간의 빛을 그에 맞는 다양한 밝기와 색의 빛으로 채워주는 조명까지 그 종류도 다양한다. 오늘날 음악이 실시간으로 빛과 시각이 되어 우리의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 조명과 음악을 동기화하는 필립스 휴 x 스포티파이

오랫동안 발전해온 음악과 빛의 멋진 만남은 우리가 음악을 더욱 즐겁고 깊이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의 빛과 음악의 만남은 또 어떻게 이루어질까? 누구나 사랑해 마지않는 두 존재, 음악과 빛의 새롭고 멋진 하모니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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