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9은 왜 조명에서 중요한 지표가 되었나

빛의 품질과 연색성의 의미, 그리고 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표의 비밀

안전한 식품에 대한 규정과 기준은 기술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인식도 낮았고 기술이 부족했기에 식품안전과 품질에 대한 정교한 평가가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안전하고 좋은 식품을 구분하고 규정짓는 다양한 기준들이 존재한다. 보존기술의 발전으로 유통기간과 사용기간을 측정하고, 화학적 분석을 통해 유해물질에 대한 검사를 한다. 또한 식품의 성분을 의무적으로 표기하거나 식품의 제조과정까지 인증하는 체계가 만들어지는 등 질 좋은 식품에 대한 규정과 기준은 대중의 인식 및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구체화되고 고도화되어 왔다.

좋은 빛을 규정하는 기준도 기술과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인류가 음식을 만들어온 기간에 비해서 인류가 직접 인공의 빛을 만들어온 기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빛에 대한 높아진 인식과 각종 측정기술의 발전은 전문가들을 통해 좋은 빛을 규정하는 다양한 기준들을 만들게 했다. 요소도 전력 소모량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효율 등급이나, 눈 건강과 관련된 기준 등 다양하다. 여기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백색광의 기본적인 품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인 연색성(Color Rendering Index)도 포함된다.

연색지수는 빛의 품질을 알기 위해 중요한 지표다.

하나의 수치로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다양한 색에 비해 지나치게 단순하게 표현된다는 한계도 있다.

연색성은 주어진 조명 하에서 대상물의 색상을 기준광인 자연광 대비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CRI 또는 Ra로 표기되는데, 0부터 100까지의 범위에서 표현되며 높은 값일수록 대상물의 색상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조명을 의미한다. 높은 색 구분과 표현이 필요한 미술관 및 박물관, 수술실과 같은 주요 의료시설 등에는 90 이상 연색지수를 가진 조명의 사용이 권장된다.

하지만 연색성이 빛 품질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이 연색성이 정작 어떤 기준으로 측정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인공광원이 가진 빛의 차이는 기준광원과 비교해 다양한 영역에서 차이가 존재하지만, 단순한 평균 수치 하나만으로 빛의 모든 품질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빛의 사용이 훨씬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는 앞으로의 환경에서는, 색상별 빛의 연색지수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단순한 평균 수치 하나만으로 빛의 모든 품질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빛의 사용이 훨씬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는 앞으로의 환경에서는,
색상별 빛의 연색지수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20세기 중반. 색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먼셀 색표계를 활용하여 CIE는 인간 시각 시스템의 3원색 특성을 기반한 최초의 공식 측색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선정된 처음 8개의 색상샘플은 색상 전체 범위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낮은 채도의 색이었다. 이는 측정 간의 오차 범위를 줄이고 평균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에 적합했다. 이 초기 8가지 색상(R1~R8) 별 연색지수의 평균이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하는 백색 광원의 연색지수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 디자이너들의 요구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준과 지표는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기존의 측정값은 낮은 채도와 넓은 범위만을 다루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개별 색의 연색지수를 구분하여 측정하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래서 CIE는 2004년에 6개의 추가 지표를 추가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게 되었다.

15가지 시험색의 종류.

이중 R1~R8의 연색평가 평균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평균 연색지수이며,
R9~R15는 원색 및 피부와 식물 등 특수 색상을 측정한 특수 연색지수이다.

R9~R12는 순서대로 Red, Yellow, Green, Blue로, 여러 파장대열이 혼합된 지표들과는 다르게 원색계열이 추가됨으로써 주된 색상별 연색지수를 추가로 알 수 있게 하였다. 또한 R13은 밝은 노란색을 띤 핑크로 밝은 피부의 색을, R15는 그보다 아시아인의 피부색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경우 스튜디오 인물 촬영에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R14는 올리브그린 컬러로 자연의 식물색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램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R9~R15의 지표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연색지수의 평균값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개별의 지표들을 확인할 때 우리는 보다 더욱 비추고자 하는 색을 온전히 구현하는 조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다. 바로 R9이 지금의 인공조명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는 점이다. Red 계열의 파장이 풍성했던 과거 백열전구와는 달리, 현재 주로 사용되는 LED의 경우 R9의 연색성에 유난히 취약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백색광의 LED는 일반적으로 Blue LED 기술을 바탕으로 형광물질을 통해 백색광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Blue 계열의 빛은 다소 도드라지고, Red계열의 파장은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스펙트럼의 특징이 존재한다.

Ra 80 이상의 LED라 해도 R9의 연색지수는 유달리 낮은 경우가 많다. (좌)
좋은 빛을 구현하는 LED 광원은 R9에서도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우)

이러한 특징 때문에 LED 조명은 전체적인 연색지수에서는 높은 품질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유독 R9에서만 낮은 지수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LED 조명 아래서 어딘가 모르게 색의 아쉬움을 느꼈다면, 아마도 빨간색과 연관된 환경이었을 확률이 높다. 특히 혈관과 피의 색상 등의 구분이 매우 중요한 수술실에서는 R9과 같은 색이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높은 효율과 연색성 등 꾸준히 발전하는 LED에게도 R9은 어쩌면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지표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과 넓은 사용으로 인해 기술의 품질과 성능을 측정하고 구분하는 지표들은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좋은 측정기준의 발전은 또 더욱 좋은 품질의 빛과 제품들을 만들어 낼 것이고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빛으로 채워진 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기준과 기술을 응원하고 더 나은 빛을 찾으려는 노력이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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