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빛의 즐거움

공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빛의 숨바꼭질

‘조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모습은 무엇인가? 식탁 위에 걸려있는 펜던트, 천장 위 매입등이나 직부등, 혹은 카페의 레일등처럼 우리는 대게 우리 눈에 보이는 조명들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조명은 겉으로 드러남을 통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빛나고 있는 조명들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조명은 우리의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조명은 보이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것도 공간의 한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해야 모든 곳을 고르게 비출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맞는 이야기다. 그것이 단지 어둠을 물리치는 것에만 급급했던 조명의 오래된 개념 속에서라면 말이다.

조명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효율을 따지자면 예전에는 백열전구 하나를 겨우 밝히던 전력으로 지금은 동일한 밝기의 LED 전구를 열 개 이상을 켤 수 있다. 조명의 크기는 소형화, 다양화되어 원하는 크기와 형태의 조명을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개의 조명을 각각 켜고 꺼야 하는 수고로움은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통신과 제어시스템으로 인해 나날이 간편해지고 있다. 조명을 더욱 쉽고 작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시대. 이러한 조명의 발전은 빛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곳으로 숨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빛은 점점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고’ 있다.”

곳곳의 숨겨진 조명들이 만들어낸 공간의 분위기는 자동차를 이동을 위한 공간 이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자동차의 실내조명은 좌석 천장 중앙에 한 개 놓여있을 뿐이었다. 이는 어둠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명이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운전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주행 중에는 거의 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의 실내 인테리어에는 구석구석 숨겨진 조명들로 가득하다. 이 조명들은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눈부심이나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숨겨진 조명이 만들어낸 공간의 분위기는 차를 이동을 위한 공간, 그 이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일부 럭셔리로 불리는 고급 차량에서만 시작했던 이런 조명 효과가 이제 대부분의 차량으로 확대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천장 안쪽에 숨겨져 벽면을 비추는 월워셔 조명

공간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숨겨진 조명은 우물천장과 월워셔 조명이다. 이 조명들은 천장의 숨겨진 틈 사이에 설치되어 벽면 또는 천장면을 비춘다. 바닥면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눈이 닿는 벽면과 천장면을 밝힘으로써 쾌적한 시야를 만들며,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조명방식은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것은 숨겨진 조명의 한 예일뿐이다.

눈을 돌려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곳에 숨겨진 조명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제품이 멋지게 전시된 매장 선반 하부에는 라인 조명이 숨겨져 있다. 카페의 바 테이블에도, 맛있는 케이크가 놓인 쇼케이스에도 조명은 숨겨져 있다. 고급스러운 호텔의 침대 밑에도, 화장실의 거울 뒤에도 숨겨진 빛이 새어 나온다. 최근 TV 뒤편에 조명을 설치해 작은 화면을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것도 역시 숨겨진 빛이 만들어내는 효과다.

침대 밑, TV 뒤처럼 숨어서 빛나는 조명은 천장조명이 만들 수 없는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명을 숨긴다는 것은 특유의 빛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뿐 아니라 사람의 시각 활동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사람의 눈은 시야로 들어오는 빛의 밝기에 따라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여 적응하도록 만들어졌다. 아무리 강한 조명으로 밝게 비추더라도, 광원이 시야로 직접 들어올 경우 눈부심이 발생하며, 동공은 축소되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이게 된다. 그로 인해 우리는 수치상으로 밝은 공간도 어둡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과도한 대비로 인해 만들어지는 불쾌 눈부심의 한 예다. 원하는 곳을 밝히되, 광원의 노출은 최소화한다. 이는 좋은 빛환경을 만드는 핵심이자 우리가 조명을 숨겨야 하는 이유다.

우리도 각자의 공간에 얼마든지 조명을 숨길 수 있다. 이는 우물천장 같은 공사를 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작은 조명들을 어린 시절 보물찾기 하듯 소파 밑, 커튼 뒤, 선반 위 테이블 밑과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보자. 그리고 천장의 조명은 잠시 꺼두고, 숨은 곳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아늑한 빛의 즐거움을 만끽하자. 우리의 공간은 분명 이전보다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변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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