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치유하는 빛과 소독의 역사

태양광부터 인공조명에 이르기까지 빛으로 이루어진 소독 이야기

이제는 외출하고 돌아오면 손을 씻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입구에 놓인 손 소독제로 소독을 한다. 수많은 공공장소는 저마다 시간을 정해놓고 주기적으로 약품을 뿌려 소독을 실시한다. 코로나가 가져온 소독의 프로세스. 이제 소독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소독은 병의 감염이나 전염을 예방하기 위하여 열, 약품, 햇빛 등으로 병원균을 죽이는 것을 의미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다양한 병의 원인임을 발견한 시점부터 인류는 소독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 왔다. 열을 통한 살균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가장 익숙했던 방법이다. 손을 따기 전 바늘을 불에 살짝 가열하는 것에서부터, 갓난아이의 젖병이나 유리병 등을 끓는 물에 담그는 것까지 열소독은 특별한 재료 없이도 일상에서 쓰는 도구들을 사용하여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안전한 소독 방법이었다.


끓는 물로 젖병을 소독하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오래된 소독 방법이다.

하지만 열로 하는 소독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살균을 위해 끓는 물에 손을 넣을 수는 없다. 또한 열을 가하면 변형이 일어나는 대상이나, 젖는 재질과 같이 끓는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는 소독이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는 약품을 통한 화학적 소독이 사용되는데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거나, 각종 소독제를 사용해 손과 사물, 대상을 소독하는 방법이다.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소독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종류에 따라 금속이나 플라스틱, 고무 등을 부식시키기도 하며, 사람의 피부를 상하게 하거나 강한 냄새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용도에 맞는 사용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화학적 소독은 일일이 약품을 바르고 닦기 어려운 대상에는

적용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햇빛에 어떤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 그리스인, 로마인 등은 햇빛에 치유력이 있다고 보았다. 태양 자체가 신적인 대상으로 여겨졌던 시대이기에 가졌던 막연함 신앙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햇빛에 노출되었을 때, 상처나 피부병 등의 악화가 줄어드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과 과정을 알 수 없었기에, 이 사실이 증명되어 널리 알려지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리학과 천문학이 빛으로부터 스펙트럼과 자외선을 발견했다면, 생물학에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사실은 빛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은 새로운 미생물들을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기반이 되었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과학자 아서 다운스와(Arthur Downes) 토머스 블런트(Thomas P. Blunt)는 설탕물을 담은 시험관을 동쪽 창문 앞에 두는 실험을 했다. 그중 한쪽은 햇빛을 받도록 했고, 나머지 한쪽은 납으로 된 판으로 가려 햇빛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한 달 뒤 살펴보니 햇빛을 받은 시험관은 여전히 맑은 상태였지만, 햇빛을 받지 못한 시험관은 탁하고 냄새가 났다. 이 실험은 햇빛이 세균을 죽일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증거가 되었다.

덴마크의 닐스 뤼베르 핀센, 광선치료를 개발하여 1903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이 영국 과학자들의 실험 논문에서 영감을 받은 덴마크의 의사이자 과학자 닐스 뤼베르 핀센(Niels Ryberg Finsen)은 피부 결핵 환자를 대상으로 자외선을 사용한 치료법을 개발하였다. 유리 렌즈를 통해 햇빛을 집중시키고, 물을 채운 관을 통과시켜 냉각된 자외선을 환자의 얼굴에 쐬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빛이 살을 파먹는 세균을 죽이기 시작했다. 이 치료법으로 핀센은 1903년 노벨 의학상을 받게 되었다. (같은 해 노벨 물리학상은 퀴리 부인이 받았다.)

빛의 스펙트럼과 자외선(UV)의 영역대

태양 광선은 넓은 파장의 전자기파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시광선의 보라색 바깥에 존재하는 100~400nm 영역의 파장을 우리는 자외선이라고 부른다. 보라색 바깥에 있다고 하여 영문으로 Ultra Violet, 약자로 UV로 표기하는 빛의 영역이다. 이 UV는 또 에너지별로 세부 영역을 나누어 각각 UV-A(315~400nm), UV-B(280~315nm), UV-C(200~ 280nm)로 나뉜다. 이 중 UV-C는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으로, 살균력이 가장 강한 빛이다. 이러한 강한 자외선을 품은 태양빛은 지구의 대기를 거치면서 많은 양이 흡수되거나 반사되고, 지표면에는 생명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양의 자외선이 닿게 된다.

당연한 듯 매일 뜨고 졌던 태양은 사실 매일 적당한 자외선을 대지에 뿌려줌으로써, 지구 위 모든 생명체들에게 에너지와 함께 치유의 빛을 선사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빛이 균을 죽임으로써 소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가스 방전 램프 등을 통해 인공적으로 자외선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부터 빛을 사용한 소독의 개발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빛은 열이나 약품과는 다르게 직접 대상에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않고서도 소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빛 소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사물의 표면이 아닌 공기 속에 날아다니는 미생물까지도 살균이 가능했다. 하지만 UV-C는 높은 살균력만큼 주의할 점이 존재하는 도구였다. 이는 직접 쐬게 될 경우 피부에 화상을 입히거나 망막을 손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방식으로의 발전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UV-C는 운행을 마친 열차, 버스, 비행기와 같은 교통수단, 또는 영업을 마친 마트, 업무를 마친 사무실, 수술을 마친 수술실 등 빈 공간을 가장 효과적이고 빈 곳 없이 빠르게 살균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또한 최근 필립스 UV-C 가정용 살균기 등과 같이 밀폐된 기기를 통해 살균하는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부모들이 밤마다 물을 끓여 젖병을 소독하는 수고를 덜어주기도 하였으며 공기 중의 균을 제거하는 기기로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건물의 환기시설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로도 사용되는 등 이제는 일상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빛을 통한 살균이 이루어지고 있다.

빛을 통한 살균과 소독은 이제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큰 도시가 생기고, 하루 생활권으로 지구가 좁아졌다. 그로 인해 질병으로부터의 안전, 보건과 위생이라는 과제는 인류에게 전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 새로운 시대에 빛은 기존에 미처 닿지 못한 다양한 공간에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우리가 조금 더 빛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하나 추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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