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높은 스포츠 경기장의 조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시선
해마다 여름이면 더운 날씨보다도 우리를 더욱 뜨겁게 달구는 존재가 있다. 바로 스포츠다. 여름은 올림픽, 월드컵을 포함해 축구 야구 등의 각종 국제 리그 등 수많은 경기들이 열리는 계절이다. 비록 우리의 여름은 습하고 덥기에 에어컨이 열심히 작동하는 공간을 찾아다닐지라도, 초록빛의 그라운드 위에서 뛰어다니는 선수들의 역동적인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만큼 활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계절이 또 있을까 싶다.
‘스포츠’라고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있다. 트랙 위를 세차게 달려 나가는 육상선수, 물살을 가르며 뻗어 나가는 수영선수, 아슬아슬한 차이로 점수를 내고 환호하는 펜싱선수, 공 하나를 두고 잔디밭 위를 뛰고 달리는 땀방울 맺힌 축구선수 등의 역동적인 모습들이 그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는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인상적이고 역동적인 스포츠 장면들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의 바탕에는 멋진 경기장과 그 경기장을 가득 채운 빛이 존재한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인상적이고 역동적인 스포츠 장면들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의 바탕에는 멋진 경기장과 그 경기장을 가득 채운 빛이 존재한다.
모든 공간의 조명이 각자 나름의 딜레마와 어려움을 가지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조명은 경기장의 조명이라 생각한다. 특히 국제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의 조명설계만큼은 세계에서 조명을 설계하고 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조명을 설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매우 많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빛은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경기가 온전히 이루어지기 위해, 또한 그 경기를 공정하게 심사하기 위해, 그리고 그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빛은 매우 필수적인 요소다. 공간의 조명을 설계하는 때 가장 중요한 요소를 뽑으라면 그것은 바로 공간 속 ‘사람이 어느 위치에서 어느 방향을 주로 바라보게 되는가’ 일 것이다.
사람은 눈을 향해 정면으로 다가오는 빛만을 인지한다. 때문에 쾌적한 시환경을 만들고, 눈부심 방지하는 것 모두 사람의 시선과 관련이 있다. 스포츠 경기의 조명 설계가 가장 어려운 이유는 바로 경기장에 수많은 방향의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의 빛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시선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출처 : 필립스 라이팅 홈페이지)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에게 쾌적하고 균일한 빛을 제공해야 한다. 공정함이 중요한 경기장에서 트랙 번호에 따라 혹은 코트의 방향에 따라 유불리가 나뉘게 된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축구나 테니스처럼 서로의 코트를 바꿔가며 시합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조명은 선수들이 경기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균일하고 충분한 빛을 제공하되, 눈이 부셔서 경기에 방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정한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심판과 진행자들의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경기의 종목과 경기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은 경기장의 빛을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함을 예상할 수 있다.

(출처 : 필립스 라이팅 홈페이지)
두 번째는 경기를 보는 관중의 시선이다. 코로나로 인해 관중 없는 경기들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가 경기에 임하는 선수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경기장을 둘러싼 수많은 관중의 시선과 긴장감, 그리고 터져 나오는 환호성은 스포츠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스포츠 경기의 관중석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로 경기장을 한 바퀴 둘러싼 형태라는 점이다. 연극이나 공연을 하는 공연장의 경우 무대와 객석이 마주 보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객석의 시선을 한 방향으로 모아 줌으로써 눈부심을 제어하고 원하는 빛을 만들기 비교적 원활한 구조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동그랗게 경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관중석은 시선을 고려한 빛을 만들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축구경기장과 같이 하늘이 열려 있는 경기장의 경우는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더욱 그러하다. 중간중간에 놓인 기둥과 설비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림자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경기를 보는 데에 불편함이 없는 쾌적한 시환경의 경기장은 배광과 광량 등 빛을 섬세하게 다루는 조명기구 제조기술과 이를 효과적이고 섬세하게 계획하는 조명설계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쾌적한 시환경의 경기장은 배광과 광량 등 빛을 섬세하게 다루는 조명기구 제조기술과 이를 효과적이고 섬세하게 계획하는 조명설계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앞서 스포츠 경기를 위해 고려해야 할 시선 세 가지 시선 중 두 가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선수와 심판, 그리고 관중의 시선 이외에 중요한 마지막 시선은 무엇일까? 어쩌면 현대 스포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마지막 시선이 남았다. 바로 전 세계에서 카메라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는 ‘우리의 시선’이다.
우리가 처음 그렸던 스포츠의 수많은 장면들은 대부분 직접 눈으로 본 장면들이 아니라, 카메라와 TV를 통해 접한 모습이다. 높아가는 화질과 다이내믹한 촬영기법, 고속촬영을 통한 슬로모션 등 촬영기술이 높아질수록 우리가 느끼는 스포츠는 더욱 생생해진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럽 축구와 같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스포츠 경기들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관중을 기반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카메라는 이제 현대의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선으로 여겨진다.

(출처 : 필립스 라이팅 홈페이지)
촬영을 위한 빛은 일반적인 상황보다 더 많은 광량과 섬세한 조작을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선수들의 모습을 고속촬영을 통해 슬로 모션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조명환경보다 훨씬 높은 조도와 휘도를 필요로 한다. 올림픽에서는 최소 1,400 lux의 평균 조도와 0.8의 높은 균제도를 가져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 기준일 뿐이다. 4K를 넘나드는 화질에 예전보다 더욱 디테일한 초고속 촬영을 통해 이전보다 생생한 장면들을 담아내기 위해 훨씬 높은 조명기준이 필요한 경우가 허다하다. 밝기뿐 아니라 보다 선명하고 멋진 화면으로 경기를 촬영하고 중계하기 위해 다양한 항목의 국제 경기의 디테일한 조명기준들이 국제 규격을 바탕으로 정해진다.
램프가 내는 광량, 눈부심 제어 방안, 색 구현력을 나타내는 연색성, 초고속 촬영에도 플리커(깜빡임)가 생기지 않는 빛, 조명 기구간의 동일한 빛 품질과 배광, 선수와 함께 심판과 관중까지 모든 사람의 시각적 요소를 충족시키며 정밀하게 계산된 수평 조도와 수직 조도, 그림자, 태양광의 유입과 제어까지 한 번에 나열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이렇게 모든 요소가 총망라된 조명 분야가 바로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스포츠가 가진 조명의 세계다. 이는 단순히 조명 하나가 아니라 경기장을 이루는 건축, 경기 방식과 운영에 대한 이해, 섬세한 조명설계와 그 설계를 탄탄히 뒷받침해줄 정밀한 조명기구까지 모든 분야가 어우러져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우리가 기억하는 스포츠의 멋진 장면들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조명 하나가 아니라 경기장을 이루는 건축, 경기 방식과 운영에 대한 이해, 섬세한 조명설계와 그 설계를 탄탄히 뒷받침해줄 정밀한 조명기구까지 모든 분야가 어우러져 만들어진다.

최근 시그니파이에서 새롭게 경기장 조명을 업그레이드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라위프 아레나
(출처 : interact.com)
조명설계회사에서 재직하던 시절 접했던 경기장의 설계자료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장을 빼곡히 채운 시그니파이의 설계자료는 웬만한 기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영역에 도달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에 설계에서 기구, 운영시스템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곳은 시그니파이(당시 필립스라이팅)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다.
최근 시그니파이는 유럽의 주요 경기가 열리는 축구 경기장 6곳의 조명을 새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먼 곳의 조명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설령 그 경기장에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화면을 통해 더욱 풍성해진 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밤늦게까지 열광하며 좋아하는 선수의 멋진 골장면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러한 빛의 고민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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