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빛을 조절하는 조광기(디머)의 의미와 활용 방안
어디서나 음악을 듣는 시대다. 인테리어의 한 축을 차지할 정도의 크고 고급스러운 오디오와 스피커에서부터, 운전하며 듣는 카오디오,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포터블 스피커, 귓속에 쏙 들어가는 아주 작은 인이어 이어폰까지. 이제는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크기와 용도의 수많은 오디오와 스피커이지만, 공통적으로 반드시 들어있는 기능이 있다. 바로 볼륨 조절 기능이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음악에 따라, 위치에 따라, 혹은 내 취향에 따라 적절한 음량을 조절하는 볼륨 조절 기능은 음악을 듣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휴대폰의 버튼이 사라지고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한 이 시대에도 전원 버튼과 함께 유일하게 남아있는 물리 버튼이 볼륨 조절이다. 아무리 작은 오디오나 스피커라 할지라도 볼륨 조절 기능이 없는 오디오는 상상하기 어렵다.

초기 애플사의 아이팟 터치 휠, 브라운사의 오디오, 마샬의 스피커처럼 볼륨 조절 방식이 브랜드나 제품의 아이덴티티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을 만큼 ‘볼륨을 조절한다’는 것은 음악을 듣는 행위와 제품의 핵심적인 요소다.
조명에도 상황에 따라 빛의 볼륨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연광의 변화에 따른 인공조명의 광량 조절이 필요하다. 자연광은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광량의 변화가 굉장히 큰 폭으로 일어난다. 맑은 날과 흐린 날에는 10배 이상의 조도 차이가 발생한다. 창으로 들어오는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는 창가의 강한 빛이 만드는 높은 대비로 인해 실내조명을 사용해 대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흐린 날에는 흐린 날대로, 어두운 밤에는 그에 알맞은 별도의 조도가 필요하다. 이처럼 자연의 빛은 끊임없이 그 빛의 밝기를 달리하는데, 아직 대부분 우리 공간의 조명 스위치는 On/Off 두 가지의 선택권밖에 제공하지 않는다.
맑은 날을 기준으로 실내조명을 맞춰둔다면, 흐린 날에는 다소 밝거나 불필요한 조명을 사용하게 되기 쉽다. 어두운 밤만을 위해 계획된 빛은 낮 시간 햇빛의 강한 대비를 보완할 조명이 되지 못한다. 이 모든 환경을 만족하는 단 하나의 조명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필연적으로 광량이 부족하거나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때 조광기(Dimmer/빛의 광량을 조절하는 장치)의 사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조광기를 통해 낮에는 외부 환경의 빛에 따라 광량을 조절하며, 밤에는 밤에 어울리는 조도를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시각적 쾌적함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변화하는 외부 빛 환경에 맞춘 조명의 광량 조절이 필요하다.
필요한 광량의 조절은 같은 공간이라도, 용도와 상황에 따라 다른 빛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저녁 시간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있다거나,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면 낮시간을 연장할 밝은 빛의 환경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저녁 시간 나 홀로, 또는 가족끼리 여유로움을 즐기거나 오붓한 저녁 시간을 보내려 한다면 우리는 굳이 밝은 빛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낮은 조도와 따뜻한 색온도의 빛 환경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뿐 아니라 멜라토닌 분비를 도와 숙면을 취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빛의 양은 달라진다.
조광기는 사용자에 따라 필요한 각각의 빛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사람은 나이 듦에 따라 시각 능력이 점차 저하되며, 필요한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진다. 같은 환경이라도 나이 든 사람이 느끼는 공간은 더 어둡다고 인지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청력의 민감도에 따라 스피커나 이어폰의 볼륨을 조절해서 사용하듯, 빛도 사용자의 시각 능력에 따라 세심하게 맞춰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필요한 빛의 밝기는 시간에 따라, 용도에 따라, 사용자에 따라 각각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조명에 사용할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우리가 오디오를 켤 때마다 볼륨을 조절하는 행위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필요한 빛의 밝기는 시간에 따라, 용도에 따라, 사용자에 따라 각각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조명에 사용할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우리가 오디오를 켤 때마다 볼륨을 조절하는 행위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전체적인 밝기를 조절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향에는 이퀄라이저라는 장치가 존재한다. 이퀄라이저는 오디오에서 원하는 음역대의 볼륨을 개별로 조절해 내가 듣는 음악의 장르나 취향에 따라 최적화된 소리를 만들어주는 장치다. 마치 오디오의 이퀄라이저처럼, 공간에도 빛의 밸런스를 조율하는 장치로 조광기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의 공간은 여러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하나의 공간이라면 벽과 바닥 천장으로 나뉘기도 하며, 하나의 시점에서 여러 공간이 동시에 보이기도 한다. 이런 각 부분의 빛의 밸런스를 세심하게 조절한다면 설치한 하나의 광량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주방은 조리를 위해 밝아져야 하는 공간이지만, 주방 옆 식탁이 놓인 공간보다 주방이 더 밝을 경우 상대적으로 어둡고 시선이 분산되어 식사 시에는 산만한 공간이 되기 쉽다. 그렇다고 주방의 조명을 끄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때 식탁과 주방의 밝기 차이를 섬세하게 만질 수 있다면 조리 환경과 식사 환경 모두를 만족하는 빛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거실의 경우 아이들이 활동을 하거나 온 가족이 모인 상황이라면 바닥을 고르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TV나 영화를 볼 때는 바닥을 비추기보다 벽 또는 천장을 은은하게 밝히는 것이 스크린에 집중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된다. 여기에 이벤트를 위한 컬러 조명의 사용, 각 빛을 원하는 방식으로 저장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춰진다면, 우리의 공간은 잘 다듬어진 음향처럼 완성도 있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빛의 밝기와 색 등의 밸런스를 세심하게 조절한다면 공간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오디오에 볼륨 조절이 필수이듯, 우리 공간의 빛도 그 양을 조절할 때 우리의 시환경은 보다 아름답고 쾌적하게 변할 수 있다. 예전에는 광원의 한계, 제어 시스템의 한계로 이러한 빛의 조절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영역에 속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LED라는 뛰어난 광원과 함께, IoT라는 새로운 제어시스템을 통해 빛을 섬세하게 만질 수 있는 시스템을 너무나 간편하게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빛 환경은 바뀌게 될 것이다. 마치 우리가 볼륨 조절 장치가 없는 오디오를 상상하기 어렵듯,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조광기가 달려 있지 않은 조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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