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꼭 알아야 할 빛의 단위 이야기 (하)

결국 우리 모두의 빛을 발전시킬, 중요한 빛의 단위 이야기


다음 이미지에서 ‘빨간색’은 무엇일까요?

A, B, C, D 네 가지 중 빨간색은 무엇일까? 모두 다 빨간색이라 부를만한 색들이지만, 그렇다고 모두 같은 색이라 보기는 어렵다. 사과와 토마토와 딸기 모두 빨간색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 각각의 빨간색이 미묘하게 다름을 안다. 보다 색에 민감한 화장품, 의류, 디자인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더욱더 많은 ‘빨간색’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빨간색이라는 명칭의 추상성과 한계를 느끼게 된다.

취향이 다양하고 깊어지며, 여러 사람과 함께 소통하며 살아갈수록 이러한 색을 명확히 지칭하고 전달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다양한 색을 코드로 구분해 표준화시키는 것 만으로도 세계적 기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추상적이고 부정확했던 대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추상적이고 부정확함이 이보다 한 수 위인 분야가 바로 색온도의 색이름이다. 램프에 적힌 전구색, 주백색, 주광색 등의 이름이 그것이다. 전구색은 필라멘트를 사용한 백열전구의 색에서 따왔고, 주광색은 한자어로 낮시간 자연광의 색을 의미하며 영어로 Daylight에 해당한다. 주백색은 그 중간치인 아이보리 컬러의 빛을 말한다.

색온도 이름은 평소 관심을 가지지 않던 사람이라면 이름만으로 색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색을 지칭하는 기준에 통일성이 없고, 백열전구는 다양한 색을 내는 LED전구가 더욱 익숙한 시대가 되었으며, 낮 시간 태양빛 역시 시간과 날씨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특징 때문에 정확히 어떤 색인지 알기 어렵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는 색온도 이름의 범용적 사용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영어 표기는 완벽할까? 백색광 표기는 Warm White, Natural White, Cool White 등으로 쓰이고 있어 우리의 표기법보다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국가와 제조사마다 각각의 이름에 붙이는 색이 다른 경우가 많고, Daylight이라는 분류표기까지 들어가면 이 체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역시 추상적이고 정확한 표기법은 되지 못한다.

이러한 빛의 색은 추상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 늘 선택에 혼란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색에 코드를 부여한 것처럼 빛의 색을 정확하게 나타낼 무엇이 없을까? 당연히 있다. 그것도 누군가 임의로 정한 코드가 아니라, 자연 현상을 바탕으로 정해진 아주 견고한 기준, 색온도 캘빈(K)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물질은 열을 가해 일정한 온도에 도달하면 빛이 방출된다. 그리고 그 빛의 색은 물체의 온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낮은 온도에서는 빨간색 빛이, 높은 온도로 갈수록 노란색에서 흰색 그리고 푸른색으로 변한다. 모든 물질의 기준이 되는 흑체(Blackbody)를 가정해 온도에 따른 색을 절대온도(K)값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색온도다.

처음에는 낯설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매우 간단하다. (컬러와 같이 복잡한 코드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2700K가 백열전구에 해당하는 붉은 백색광의 빛이며, 4000K가 주백색이라고 표기되는 아이보리, 6500K가 주광색이라 불리는 푸른 백색광의 빛이다. 이는 흑체 복사라는 정확한 물리적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세계 공통이며, 오차가 생길 확률이 거의 없고, 제조-설계-유통-소비자 간 의사소통 시 정확한 색을 전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3500K, 5000K 등 수많은 중간색의 표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재 국내 램프와 조명들도 대부분 (전구색 등의) 색이름 표기와 색온도 표기를 병기하고 있기 때문에 색온도 K(켈빈)은 알아두면 실수를 하지 않을 아주 중요한 빛의 단위이다.

“세계 공통이며, 오차가 생길 확률이 거의 없고, 의사소통 시 정확한 색을 전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수많은 중간색의 표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때문에 색온도 K(켈빈)은 알아두면 실수를 하지 않을, 아주 중요한 빛의 단위이다.”

앞선 칼럼에서 이야기한 루멘(lm),  그리고 캘빈(K)과 더불어 한 가지 꼭 알아두면 좋을 마지막 한 가지를 뽑자면 바로 연색성(CRI)이다. 루멘(lm)이 빛의 양과 효율을 알려주고, 캘빈(K)이 빛의 색을 알려주었다면, 연색성(CRI)은 빛의 품질을 알려준다고 봐도 무방하다.

‘좋은 빛’의 기준은 무엇일까? 누가 뭐라 해도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와 인류가 아주 오랜 시간 적응해온, 생명의 근원이자 가장 풍부한 빛을 가진 태양빛일 것이다. 핵융합을 통해 열과 함께 빛을 내는 태양은 인공의 조명이 따라갈 수 없는 아주 풍부하고 다채로운 파장의 빛을 품고 있는 존재다.

연색성이란 단어 표현 그대로 옮기자면 색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다. 우리가 하얗다고 보는 백색광은 사실 여러 색의 빛이 합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백색으로 보인다 해서 모든 빛이 풍부한 색을 다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10가지 색의 팔레트의 물감을 모두 섞어도 100가지 색의 팔레트의 물감을 모두 섞어도 겉으로는 비슷한 검은색으로 보일 테지만, 각 팔레트의 물감이 그림에서 표현할 수 있는 색의 풍성함은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과 같다.

백색광이라고 모두 같은 빛이 아니다.
연색성에 따라 조명 아래서 우리가 보는 색의 범위가 달라진다.

따라서 기준광인 자연광과 비교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색 구현력을 가졌는지 나타낸 것이 바로 연색지수다. CRI 또는 Ra 라고 표기되며, 100이 기준점이자 최대치를 의미하는데 60~70이면 낮은 수준으로 꼽히고 80이상이 준수한 수준으로 인식되며 90이상의 연색성을 가진 조명은 미술관과 같이 정밀한 색의 표현이 필요한 곳에 쓰일 만큼 높은 수준으로 분류된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느 정도 연색성을 가진 조명 아래서 보느냐에 따라 음식이 예쁘고 맛있어 보이기도, 그렇지 않기도 할 만큼 연색성은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존재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작 중요한 빛의 품질은 인식하지 못하고 가격이나 효율만 보고 아쉬운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우리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빛의 품질은 인식하지 못하고 가격이나 효율만 보고 아쉬운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우리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lm, K, CRI. 이전까지 낯설게만 느껴지는 빛의 단위들이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이를 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좋은 빛 안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우리의 선택을 도울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를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과 시장에 더 좋은 품질과 빛을 가진 제품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오늘 저녁엔 우리 집에 있는 조명과 램프들의 설명문구를 한 번씩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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