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와 탄소배출 저감의 관점에서 바라본 LED의 의미

‘혁명(Revolution)’은 기존의 방식이나 체제를 완전히 바꾸고,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정도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혁명’이라는 단어를 자주 마주치지만, 인류사에서 특히 기술의 변화 과정에서 혁명이라 불릴 만한 것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모든 발전은 대부분 기존의 방식과 체제 위에 수정과 개선을 거듭하며 발전하는 ‘진화(Evolution)’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발전의 대부분은 진화의 영역에 속하며, 혁명은 희소하다.

예를 들면, 인류사에서 삶에 필요한 물건을 손수 만들어온 인류의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더 빠르고, 더 좋은 물건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며, 다양한 도구와 기술을 개발하며, 서서히 그리고 두텁게 발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보다 나은 삶의 모습뿐 아니라, 인류의 놀라운 문화와 유산도 만들어졌다.

인류의 삶의 모습 전체를 바꾸어 놓은 산업혁명

하지만 증기 기관의 발명과 기계식 생산 방식이 도입되면서, 인류의 물건을 만드는 방식과 생활양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천수만 년 동안 쌓아온 손으로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드는 방식과 재화는 빠르게 사라졌다. 결국 인류가 사용하는 물건 대부분은 기계식 생산 방식으로 바뀌었다. 생산뿐 아니라 교통과 건설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이전 것을 뒤엎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이다. 이를 ‘산업 혁명’이라 부른다.

1879년 에디슨이 전기를 공급하는 체계와 전구를 발명한 뒤, 인류는 새로운 빛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것 역시 가히 혁명이라 부를 만한 사건이다. 백열전구의 발명으로 빛을 다루는 인류의 모습은 완전히 변화했다. 그러나 이후 100여 년간 인류의 조명 기술은 여러 진보를 거듭하며 진화했을 뿐, 혁명적인 사건은 없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100여년간 인류의 조명 기술은 여러 진보를 거듭하며 진화했을 뿐,

혁명적인 사건은 없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백열전구의 낮은 효율을 보완하기 위해 형광램프가 개발되었다. 짧은 수명을 보완하기 위해 수은램프, 나트륨램프 등 다양한 가스램프들이 만들어졌지만, 이들 램프는 백열전구에 비해 연색성(색구현력)이 많이 떨어졌다. 낮은 연색성을 보완하는 메탈할라이드 램프가 만들어졌지만, 높은 광량과 안정기 등의 이유로 가로등이나 실외조명, 대형공간 위주로만 사용되었다. 초기 개발되었던 LED는 Red, Green, Yellow 색상에 한해서만 만들어졌으며, 정작 중요한 백색광은 사용할 수 없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용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램프가 여러 영역에서 뒤섞여 사용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램프가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각각의 램프들은 나름의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백열전구부터 형광램프, 가스램프, 메탈할라이드 램프까지 모두가 동시에 사용되었다. 광량, 효율, 연색성, 수명, 크기, 안정성, 색온도 또는 컬러 등 필요한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른 램프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발전하는 새로운 기술들과 이전의 기술이 함께 인류의 빛을 채워나갔다. 진화의 과정이었다,

그러다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드디어 Blue LED가 등장했다. LED 개발의 마지막 퍼즐과도 같았던, 20세기 안에는 결코 등장하지 못할 거라 예상했던 기술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Blue LED는 RGB삼원색을 완성함으로써 컬러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말고도 백색광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 인류를 밝힐 가장 중요한 빛이기 때문이다.

LED의 등장은 다른 대부분의 광원이 필요 없도록 만들 만큼의 혁명적인 변화다.

LED는 기존의 다른 광원기술의 개발과는 다르게 ‘혁명’이라고 불릴 만한 존재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면에서 기존의 광원을 뛰어넘는 빛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긴 수명과 연색성, 색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광효율이다. 백열전구는 사용되는 전기에너지의 95%를 열로 내보내는 광원이었다. 때문에 효율이 10~15lm/W에 머물렀다. 등장 당시에 엄청난 진보라 여겨졌던 형광램프의 효율을 60lm/W정도였다. 현재 80~100lm/W수준으로 발전했지만 더 이상의 효율과 수명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낮은 연색성 등의 이유 때문에 형광램프가 발명되고 나서도 백열전구와 할로겐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다.

그런데 LED는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 LED의 광효율은 기술발전을 통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현재는 110lm/W 정도의 기술에 이르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앞으로 이 효율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142lm/W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논문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LED의 최고 효율은 320lm/W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실질적이고 다양한 한계들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기술 발전에 의한 LED의 효율 개선은 최종적으로 160~230lm/W에 달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2010-2030각 램프 기술별 조명효율의 변화. 높게 뻗어 올라가는 LED의 효율을 볼 수 있다.
(출처 : IEA 국제에너지기구)

높은 효율은 낮은 전력소비 정도에서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는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16~20% 정도를 조명으로 어둠을 밝히는 데 사용한다. 이 정도의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인류는 수많은 화력과 원자력, 친환경 발전을 해야만 한다. 여기서 효율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이야기는 불을 밝히기 위해 사용되는 화력과 원자력의 무수히 많은 에너지원을 아낄 수 있고 이는 자연의 피해를 줄이고, 배출되는 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심지어 우리의 삶에 커다란 불편함을 야기하지 않고서 말이다!

2010-2030 글로벌 조명 판매량 넷제로(Net Zero) 시나리오
2030년까지 판매되는 조명의 99%를 LED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출처 : IEA 국제에너지기구)

세계 기후위기를 다루는 수많은 단체와 기업들은 기후위기에서 조명기구의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미래를 위해 익숙하고 편리한 것들을 버리고, 불편함과 고통을 감수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혁명’에 가까운 기술개발은, 우리에게 큰 희생이나 불편함 없이 지구를 지킬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당장 나의 주변에 있는 백열전구와 형광램프를 LED로 바꾸는 작은 변화 만으로도, 에너지 비용을 줄이면서 지구를 지킬 수 있다. ‘새로운 시대의 빛’이라는 존재와 함께 우리의 관심과 작은 노력, 변화들을 통해 인류의 미래는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One thought on “빛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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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휘도 파란색 led의 경우 이전에 이미 있었고 실내용 전광판 한정으로 컬러 디스플레이가 존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슈지 씨의 발명이 대단한것은 고휘도 청색 led의 양산에 성공한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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