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따른 시각능력의 변화와 보완을 위한 방법들
집 안에 형광등 거실등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 나도 어른이 되었고, 조명에 대한 취향이 생기기 시작했다. 카페 조명은 그렇게나 편안하고 예쁜데, 왜 집은 그렇지 못한 걸까? 원인은 새하얀 주광색 형광등임을 깨달은 나는 집안의 램프를 하나둘씩 전구색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전구색 램프가 만들어내는 카페 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빛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조심스레 나에게 바뀐 전구색 조명이 불편하다고 말씀하셨다. 어딘지 침침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 조명이 훨씬 좋은 조명이라며 어머니를 설득했다. 이 좋은 빛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 주광색 형광등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어머니도 결국 지금의 조명을 좋아하실 것이라 믿었다. 나이가 시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집 안의 조명을 전구색으로만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았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면 생기는 노안(老眼)을 가까운 것을 보기 힘든 원시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수정체의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가까운 곳의 초점 조절이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노안은 이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이는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게 해 주며, 나아가 이를 보완하여 모두가 쾌적한 빛을 누릴 수 있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노안의 현상은 원시 외에도 여러 가지로 나타나며,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눈으로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적어진다.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은 눈동자의 구멍, 즉 동공에 의해 결정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특정 양의 빛을 보기 위한 동공의 크기가 작아지며,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든다. 결국 고령자의 경우 동일한 빛 환경을 젊은 사람보다 더 어둡게 느낀다. 그리고 이는 젊은 사람과 같은 시각적 행위를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양의 빛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전구색의 램프는 동일한 제품을 기준으로 주광색의 램프보다 광량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색감도 익숙하지 않았기에 내가 바꾼 우리 집의 빛환경은 어머니가 느끼기에는 어둡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광색에서 전구색으로 공간을 바꿀 때는 조금은 더 높은 광량의, 연색성 높은 램프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는 사용자, 사용 환경에 따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디밍 기능이 있는 조명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용자와 사용 환경에 따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디밍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시각적 선명도가 떨어지며 눈부심이 발생한다. 이는 유리체의 투명도가 조금씩 감소하며 생기는 현상이다. 유리체는 수정체와 망막 사이, 동그란 우리 눈을 가득 채운 무색투명한 젤 형태의 조직을 말한다. (수정체가 혼탁해져 나타나는 백내장과는 다르다.) 유리체는 태어났을 때 가장 투명하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그 투명도를 잃는다. 투명도가 떨어진 유리체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각적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눈부심이 더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유리체의 투명도가 낮아지면 유리체 내부에 빛이 산란되어 사물을 보는데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
눈부심은 일반적으로 시야의 중심에서 일어난다. 직접 광원을 쳐다보면 강한 눈부심이 발생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도 눈부심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강한 햇빛 아래에서도 우리가 밖을 걸어 다닐 수 있는 것 역시 태양의 고도가 높아 중심 시야로 들어오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 중에 안개나 하얀 눈처럼 빛을 산란시킬 대상이 있을 경우 우리는 눈부심을 느끼게 된다. 빛의 산란으로 인해 망막에 닿는 빛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빛을 산란시킬 수 있는 뿌연 안개는 눈부심을 유발한다.
유리체 내의 산란으로 인해 눈부심이 많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 시야 밖이라 할지라도,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사용한 빛환경은 눈의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전시장이나 공연장의 조명이 일반 조명보다 쉽게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이유다. 눈부심이 적은 조명과, 간접조명을 활용해 전반적인 빛의 대비를 낮추어 부드러운 빛환경을 만드는 것이 노안으로 인한 눈부심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적응력이 떨어진다. 나이가 들면 수정체의 유연성이 떨어져 초점 조절이 빠르게 되지 않는다. 또한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시야를 옮겼을 때 발생하는 암순응, 명순응의 시간도 젊은 사람에 비해 더 오래 걸리게 된다.
이 때는 빛이 서서히 켜지고 서서히 꺼지는 Fade-in/out의 기능을 가진 조명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순식간에 켜지고 꺼질 수밖에 없었던 전구나 형광램프들과는 달리, 최근 LED램프는 이러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터널 조명에서 입구와 출구 부분의 조명이 터널 내부의 조명보다 밝은 이유는 이러한 빛의 순응을 고려한 설계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공간이 전환될 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노안을 배려한 좋은 빛환경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조명 스위치에서부터 터널 조명까지, 밝기 차이가 급변하는 공간에는 빛의 순응을 돕는 빛이 필요하다.
이렇게 나이 듦에 따라 생기는 시각능력의 변화와 그 보완법에 대해 적고 나니, 이는 결코 나이 든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필요에 따라 빛의 양을 조절하고, 눈부심을 최소화한 빛을 계획하고, 밝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조명시스템은 결국 우리 모두의 시환경을 보다 편안하게 만들어 줄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공간 같은 빛환경에 놓여있더라도 다르게 세상을 보며 살아간다. 그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시각 능력에 따라, 나이에 따라 다르다. 분위기 있는 조명을 추구하는 것만큼, 각기 다른 시각 능력을 배려한 빛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눈부심이 적은 조명과 설계, 적정한 빛의 밝기 조절 등 발전하는 조명 기술을 통해 모든 사람이 함께 쾌적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빛환경이 많아졌으면 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