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봄이 선사하는 초록빛 잎사귀의 비밀

식물이 초록색을 띠는 이유와 식물생장 램프가 가진 빛의 의미

불과 얼마 전 완연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여름의 문턱에 다다랐음이 느껴진다. 겨우내 흑갈색으로 움츠려 있던 산과 나무들은 개나리와 벚꽃, 목련 등의 화려한 봄꽃들로 새 계절이 시작했음을 알렸고, 이내 찬란한 초록빛 잎사귀들이 움트며 신록의 계절임을 노래한다. 자연이 주는 화사한 햇살과 화려한 컬러의 꽃과 잎사귀들은 메말랐던 우리의 감성을 깨운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싱그러운 봄 노래들은 덤이다.

이처럼 봄의 식물이 주는 다양한 색, 특히 연두와 초록 사이의 어딘가 위치하는 봄의 잎사귀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초록빛은 이 땅의 생기를 보여주는 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이양하 작가는 수필 ‘신록예찬’을 통해 이러한 봄이 주는 초록빛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도 했다.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인지 해마다 봄이 되면 산과 들에는 초록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또 집안에 싱그러운 초록을 두기 위해 다양한 식물을 판매하는 화훼 단지에는 몰려든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싱그러운 봄의 초록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생생한 봄의 초록은 이처럼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색은 그림 또는 컴퓨터나 인쇄물로 재현해보려 한들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도대체 아름다운 초록빛의 비밀은 무엇일까? 우선 봄 잎이 가진 특유의 투명함은 아름다운 잎을 만드는데 한몫을 한다. 또한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다가 봄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 역시 중요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어떠한 빛으로 대상을 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 각 개체이기 이전에 빛이다. 아이작 뉴턴은 17세기 프리즘 실험을 통해 하얀색 빛은 사실 여러 가지 색의 빛이 혼합된 결과물임을 알아냈다. 그는 가늘게 들어온 햇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빨주노초파남보의 다양한 색으로 나누기도, 그 색을 합쳐 다시 하얀 빛으로 만들기도 했다. 또한 그렇게 나눈 한 가지 색의 빛은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들을 통해 뉴턴은 하얀 빛이 물체에 닿으면 일부의 색은 흡수하고, 나머지 색을 방출하는데, 이 방출한 빛이 물체 표면의 색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비추는 빛의 색, 품질에 따라 우리가 보는 사물의 색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우리가 색을 인지하는 과정 (출처: 시그니파이 라이팅아카데미)

우리가 보는 초록 잎은 하얀 빛에 포함된 수많은 색 중 파란빛과 빨간빛을 주로 흡수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데, 이때 광합성 작용을 담당하는 엽록체 속의 엽록소 a가 파란색과 빨간색 파장의 빛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식물의 입사귀가 이렇게 흡수한 빛은 광합성에 사용되어 식물의 성장을 돕고, 남은 초록빛은 다시 반사되어 우리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가 보는 잎사귀의 초록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식물이 초록색으로 보인다는 것은 다른 빛들 중 초록 파장의 빛을 반사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초록빛이 생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음을 의미한다.

식물이 초록색으로 보인다는 것은 다른 빛들 중 초록빛을 반사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초록빛이 생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식물생장 램프를 제작할 때, 효율을 높이기 위해 파란빛과 빨간빛으로 이루어진 램프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램프는 적은 에너지로 식물에게 필요한 빛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기에 각종 식물 재배 농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빛 아래에서 식물은 자신의 초록빛을 잃은 채 거무튀튀한 색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효율을 극대화한 식물생장 램프에서는 아름다운 초록빛을 볼 수 없다.

우리 삶의 일반적인 영역에서 식물은 성장 또는 재배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던 생기를 불어넣는 존재로서의 식물은 온전한 초록빛이 더 중요하다. 하물며 먹기 위해 창가에 심은 상추마저도 때로는 아름다운 생기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존재가 되니까 말이다. 효율을 위한 식물 조명이 있다면, 초록을 초록답게 보여주는 식물 조명도 필요한 이유다. 싱그러운 초록빛부터 다채로운 꽃의 색까지, 풍부한 태양빛 아래에서 보여지는 색 그대로를 재현해 줄 수 있는 조명 말이다. 대상이 아름답고 다채로운 자연의 색을 보여주는 존재인 만큼, 이를 비추는 더 풍부하고 좋은 빛이 필요하다.

대상이 아름답고 다채로운 자연의 색을 보여주는 존재인 만큼,
이를 비추는 더 풍부하고 좋은 빛이 필요하다.

풍부한 태양빛은 다채롭고 아름다운 초록빛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토록 아름다운 햇살 아래 봄의 초록을 우리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마지막 비밀은 바로 자연의 빛이 가진 색의 풍성함에 있다. 뉴턴의 발견으로 인해 우리가 보는 색은 모두 광원이 가진 색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다. 광원이 가진 빛이 풍성한 만큼, 우리가 보는 대상의 색도 풍성해진다.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하얀 빛이라고 다 똑같은 하얀 빛이 아니다. 10가지의 물감을 섞어도, 100가지의 물감을 섞어도 양쪽 모두 비슷한 검은색으로 보이지만, 각각의 검은색 물감 속에 숨겨진 색의 풍성함은 10배의 차이가 나는 것과 같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연색성’이라는 지표가 존재한다. 이는 인공조명이 얼마나 태양빛에 가깝게 색을 구현하느냐를 나타낸 수치다.

필립스에서 출시한 식물생장 조명. 연색성(CRI) 지수가 미술관 조명에 준하는 92에 이른다.

모두가 식물 생장의 효율만을 따질 때, 연색성을 강조한 램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식물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식물을 마치 미술품 다루듯 하는 높은 연색성의 식물생장 조명은 빛이 그가 가진 본연의 색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도 존재함을 보여준다. 식물이 가진 싱그러운 초록색, 피어나는 꽃과 열매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은 식물을 우리 삶에 풍성함을 더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만들어 준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을 넘어선 풍부한 빛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빛을 받아 자라나는 식물에게도, 그 생기가 주는 아름다움을 보며 힘을 얻는 우리에게도, 보다 행복한 삶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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