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시대의 빛 사용법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던 코로나19의 확산속도가 빨라지면서 많은 기업들은 다시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재택근무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수많은 기업들이 서로 대면하는 업무방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하는 공간이 직장에서 집으로 바뀌었다는 표면적인 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직접 얼굴을 마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일해야 하는 새로운 소통방식과 업무 진행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휴식과 가족의 생활공간으로만 쓰였던 곳이 일을 하는 업무공간으로도 쓰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대면 업무의 어려움만큼이나 집이라는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휴식을 위한 공간의 빛과 업무를 위한 공간의 빛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일하는 공간과 시간을 따로 구분하는 것, 휴식시간을 정해놓는 것 등의 재택근무 팁을 종종 접하곤 한다. 이렇게 집에서의 보다 효율적인 근무를 위한 여러가지 방법이 존재하는 것처럼, 재택근무 시대를 위한 현명한 빛 사용법 역시 존재한다. 휴식과 여가를 위한 공간의 빛과 일을 위한 공간의 빛은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두 공간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재택근무 시대에 효과적인 빛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낮시간의 집’을 위한 빛

재택근무를 한다는 것은 ‘집’이라는 공간을 해가 떠 있는 낮시간에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 아침 직장으로 출근하는 경우, 우리는 대부분 햇빛이 적은 아침과 저녁시간에 집에 머문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집 안에 많은 양의 빛이 들어오는 낮시간에 이루어진다. 가족에게 있어 자연광은 풍요롭고 밝은 빛이겠지만, 오랜 시간 책상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빛은 업무를 방해하는 눈부심과 열기로 느껴지기 쉽다.

일을 하는 공간의 빛은 자연광으로 인한 영향을 줄이는 것이 좋다. 이는 눈부심도 피할 수 있고,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빛이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하는 사무공간을 돌아보면 블라인드, 루버 등을 통해 창밖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을 최대한 부드러운 빛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천장등을 통해 빛을 균일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재택근무를 위해 일하는 자리를 정할 때는 창가보다는 상대적으로자연광의 영향이 적은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 이는 모니터 또는 책이나 서류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보다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만약 창가를 사용할 경우에는 커튼 또는 블라인드를 통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햇빛으로 인해 창가와 깊숙한 곳의 밝기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안쪽 공간의조명을 켜두는 것이 좋다. 이미 햇빛이 밝은데 조명을 켜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한 공간에서 빛의 대비(밝기 차이)가 클 경우, 이는 눈부심을 유발하고 눈을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 이 때에는 어두운 곳에 조명을 켜 공간의 대비를 줄여줌으로써 보다 편안한 시환경을 만들 수 있다.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빛

집에는 업무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 일하는 도중 시야에 쌓여있는 집안일이나 다른 놀거리 등이 들어오면 우리의 집중력은 쉽게 흔들리게 된다. 이럴 때 업무를 위한 테이블 위의 조도를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더 높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캄캄한 방에 스탠드만 하나 켜놓는 극단적인 대비의 환경은 시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적당한 밝기 차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다 밝은 곳에 시선을 머물게 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보통 어두운 공간과 작업공간의 밝기 비를 1:3 정도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주변의 조도는 차분하게 만든 뒤, 스탠드 조명이나 펜던트 조명을 이용하여 작업공간의 빛을 주변보다 조금 더 밝게 만드는 것 정도가 적당하다. 주위의 다른 것들에 자꾸 시선을 빼앗겨 집중력을 잃게 된다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 보길 추천한다.

업무와 휴식을 구분해 주는 빛

저녁시간 휴식을 위해서는 3,000K 정도의 전구색 빛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면과 형광등] 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사람은 태양빛의 색온도 변화 사이클에 적응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녁과 주말, 퇴근 이후의 편안한 휴식의 공간으로서 집이라는 공간을 사용해 왔다면 3,000K의 조명만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시대의 집이라는 공간은 휴식을 위한 빛만으로는 부족해졌다.

활력을 주고, 집중도를 높여주는 빛은 우리가 흔히 주광색이라 부르는 색온도5,000K~6,500K의 빛이다. 또한 이 빛은 앞서 말했던 낮시간 너무 밝은 태양광을 보조하기 위해 실내에 켜는 조명으로도 적합한 색이다. 낮시간에는 태양빛을 닮은 높은 색온도의 빛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활력과 집중력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반드시 노란 전구색 빛을 사용하는 유럽 사람들도 사무실이나 학교와 같은 공간에서는 높은 색온도의 조명을 사용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그럼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집중을 위한 빛과 휴식을 위한 빛을 둘 다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낮시간에 사용하는 업무용 조명과 퇴근 이후 휴식시간을 위한 공간과 조명을 따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다. 거실은 따뜻한 빛으로, 식탁 또는 업무공간에 사용되는 조명은 보다 높은 색온도의 빛으로 공간을 나누거나, 천장등은 업무용으로, 스탠드 조명은 휴식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때에 따라 색온도를 바꿀 수 있는 램프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색온도는 램프를 생산할 때 이미 정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LED를 통한 램프 제조기술과 컨트롤 시스템의 발달로 필요에 따라 색온도를 지정할 수 있는 제품들이 생겨났다. 켜고 끄는 것을 반복할 때마다 주광색과 전구색으로 교체되는 듀얼 램프를 사용하거나, 스마트폰 등으로 정밀하게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조명을 사용한다면 업무의 공간과 빛, 그리고 휴식의 공간과 빛을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구분하고 변화시키며 사용할 수 있다.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는 코로나의 시간이 지나가더라도 꾸준히 확대될 새로운 하나의 중요한 업무방식이며 문화가 될 것이다. 그럴수록 앞으로 우리의 ‘집’은 용도와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리고 빛은 그 공간의 성격과 용도를 구분 지어줄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재택근무의 시대, 슬기로운 빛 사용법으로 업무와 휴식이라는 두 가지 활동이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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