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의 두 가지 얼굴
매일 아침 동쪽 하늘에서 떠올라 우리에게 풍성한 빛을 선사하고 서쪽으로 지기를 반복하는 태양빛. 하지만 이런 태양빛이 지구에서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태양은 하나인데 왜 빛은 두 가지일까?
태양은 하나인데 왜 빛은 두 가지일까?
낮 시간 자연의 빛을 의미하는 주광(Daylight)에는 두 가지 종류의 빛이 있다. 하나는 태양으로부터 지면위로 직접 직선을 그리며 내리쬐는 직사광(Direct Light)이다. 직사광은 그림자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태양의 빛은 이 직사광을 의미한다. 직사광은 하얀빛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며, 맑은 날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 언뜻 생각하면 이 직사광이 유일한 태양빛인 것 같지만 지구의 빛환경은 직사광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두 번째 빛은 태양으로부터 온 빛이 온 하늘을 뒤덮은 대기에 산란되어 빛나는 천공광(Sky light)이다. 파란 하늘은 그 자체로 빛나는 거대한 반구형의 조명이다. 직사광이 태양이라는 한 점에서 직선을 그리며 지구 표면에 쏟아지는 강한 빛이라면, 천공광은 넓은 면적의 대기 속에 산란하여 이 땅을 덮고 있는 은은한 빛이다.

파란 하늘은 그 자체로 거대한 조명이 된다.
직사광과 천공광이라는 이 두 가지의 빛은 하루라는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리고 날씨에 따라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맑은 날은 일반적으로 천공광보다는 강한 직사광의 영향이 크며, 그로 인해 높은 대비와 선명한 그림자가 생긴다. 반대로 흐린 날은 구름으로 인해 차단된 직사광대신 천공광이 주가 되어 이 땅을 비춘다. 천공광만이 비추는 빛환경은 매우 차분하고 낮은 대비를 가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고른 빛이 사방에서 비추기 때문에 그림자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비 오는 흐린 날이나 눈이 오는 날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두 가지의 빛은 하루의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천공광만이 존재하는 환경은 흐린 날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면, 반대로 직사광만이 존재하는 빛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천공광은 대기로 인해 만들어지기에, 대기가 없는 곳을 생각해보면 된다. 바로 달의 빛환경이다.

달은 빛이 산란할 수 있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낮에도 하늘이 어둡다. (출처 : NASA)
달에는 대기가 없어 태양빛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컴컴한 하늘이 지속된다. 태양으로부터 온 빛은 대기가 없으므로 곧장 지면을 향해 떨어진다. 지면을 맞고 반사한 빛 역시 산란하지 못하고 대부분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다. 때문에 태양빛으로 인해 생긴 달 표면의 그림자는 매우 검다. 이는 달이 직사광만이 존재하는 곳의 빛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왜 푸른 빛을 띠고 있을까?
왜 지구의 그림자는 푸른색을 띠고 있을까? 만약 달처럼 직사광만이 존재했다면, 태양빛을 받지 못한 그림자는 이론상 검은색의 완전한 어둠이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엔 직사광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에 산란된 빛, 즉 천공광이 사방에서 비친다. 그리고 천공광은 빛의 파장보다 작은 입자들에 의해 짧은 파장의 빛이 더 많이 산란되는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으로 인해 푸른빛을 띤다. 하늘이 푸른 색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리고 그 하늘의 빛, 즉 천공광이 비추는 그림자가 푸른색을 띠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보면 지구는 참으로 멋진 빛환경을 가졌다.
이처럼 우리가 미처 인지하고 있지 못했지만 천공광은 자연의 풍성한 빛환경을 만들어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강하게 내리쬐는 정오의 남쪽 창 태양빛의 상쾌함도 좋지만, 하루동안 은은한 빛을 방 안쪽 깊숙한 곳까지 들여주는 북쪽 창의 태양빛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한 빛이다. 멜로디와 반주, 주제와 배경, 주인공과 조력자 등 모든 분야가 그렇듯 중요한 건 여러 존재 간의 ‘조화’다.
멜로디와 반주, 주제와 배경,
주인공과 조력자 등 모든 분야가 그렇듯
중요한 건 여러 존재 간의 ‘조화’다.
이전 글 [빛이라는 물감] 편을 통해 태양빛이 가진 빛의 파장이 얼마나 풍성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태양빛이 가진 두 가지 빛의 형태와 조화를 통해 자연의 빛이 얼마나 다채로운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의 빛이 가진 풍성함과 다채로움은 우리가 단순하게 어두움을 밝히는 행위만으로 자연의 빛을 대신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보다 나은 빛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시그니파이의 NatureConnect 자연의 빛을 모방한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태양빛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게 근본이 되며 가장 중요한 빛이다. 태양과 지구와의 관계로 인해 낮과 밤이, 기후와 계절이 만들어졌다.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들은 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왔다. 인류의 문명 역시 그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받았다. 크게는 국가와 도시, 작게는 건축과 우리가 사는 실내환경에까지 모두 자연의 빛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다. 태양빛이 우리의 건강과 쾌적한 시환경에 기준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건물을 지어 밝은 조명만 설치한다고 해서 쾌적한 빛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건축을 통해 자연의 빛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좋은 제품을 통해 보다 나은 빛을 만들 수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 빛을 우리 삶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갖추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실내에서도 자연을 닮은 쾌적한 빛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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