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삶을 벗어난 새로운 빛의 환기(換氣)
도시는 반복의 공간이다. 동일한 시간, 동일한 교통수단을 타고 움직여 동일한 장소로 이동하는 일을 우리는 매일 반복한다. 가로수마저 동일한 간격으로 심겨 있는 도시 속 아파트와 사무실 같은 우리의 공간들 역시 대부분 반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 도시의 반복에 지쳐갈 때쯤, 우리는 일상을 벗어난 ‘환기(換氣)‘가 필요함을 느낀다. 마치 창을 열어 새로운 공기를 실내로 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극적으로 우리의 반복된 환경을 바꾸어 줄 수 있는 도구가 있다. 바로 컬러 조명이다.
이제는 다양한 곳에서 쉽게 마주하게 된 컬러 조명. 하지만 원색의 빛을 마주하는 건 자연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태양빛은 고도에 따라 붉은색에서 노란색, 하얀색과 푸른색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그 이외의 색을 가진 빛은 자연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무지개는 보기 어려운 만큼, 아직도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모두 설렘을 주는 대상이다.
그런 면에서 무지개는 인류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우리가 보는 흰색의 태양빛은 그 안에 아주 다양한 색의 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빛은 특별한 상황에서 마치 공작새가 날개를 펼치듯, 그 속에 품은 색들을 펼쳐 보여준다. 비 온 뒤 수분이 가득한 대기는 굴절을 통해 빛이 파장별로 펼쳐지는 현상을 만들었다. 마치 프리즘을 통해 일곱 색깔의 무지개가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그 현상을 무지개라고 부르며 신의 축복이나 약속처럼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컬러의 빛을 만들기 시작한 건 아마도 유리가 발명되고 나서부터 일 것이다. 중세 시대에는 유리의 가공 기술이 부족해 큰 유리를 만들기 어려웠다. 성당과 같은 큰 건물의 창은 작은 유리를 이어 붙어 만들어야 했고, 이때 유리에 다양한 색을 넣어 창 자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당시의 미술가들은 진정 ‘빛‘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빛은 성당 내부에 수많은 색으로 반짝거렸으며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주로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를 여러 창을 통해 그려냈다. 스토리 가득한 스테인드글라스의 그림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오늘날 극장의 스크린과 같은 매체였을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오늘날의 스크린과 컬러 조명의 역할 모두를 담당했었다.
빛과 컬러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가장 적극적으로 컬러 조명이 사용된 곳 중 하나는 무대다. 현대의 LED 조명이 있기 한참 전부터도, 무대에서는 다양한 컬러 조명이 사용되었다. 컬러 조명이 극의 상황과 배우의 감정을 보다 더 몰입감 있게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연장에서부터 음악을 즐기는 클럽이나 펍, 심지어 노래방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여가를 위한 공간에는 다양한 컬러의 빛을 사용한다. 이러한 조명 아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화려한 조명은 음악과 공연에 우리가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컬러의 빛을 만들기 위해 대형 등기구와 각종 필터를 사용해야 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LED 조명 기술의 개발로 누구든 쉽게 원색의 빛은 만들고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컬러 조명이 가장 쉽게 우리의 공간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만들 수 있는 도구다. 그리고 이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위기로 우리의 마음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무대 조명이 우리가 보는 연극과 공연에 보다 더 몰입하도록 만들었던 것처럼, 공간을 그에 맞는 컬러의 빛으로 물들일 때 우리는 동일한 콘텐츠도 보다 즐겁게 몰입하며 볼 수 있다.

영상과 어우러진 컬러 조명은 영상이라는 콘텐츠를 공간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공간에 적용된 컬러 조명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물들을 변화시킨다. [우리는 사과를 보는 것이 아니다] 편에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보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반사된 빛이다. 그렇기 때문에 빛이 바뀐다는 것은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늘 봐오던 가구도, 유리잔도, 벽의 그림도 새로운 빛 앞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한다. 이렇게 컬러 조명은 색다른 저녁시간을 보내거나 누군가를 초대할 때, 그리고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쉽게 우리를 새로운 공간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빛을 바꾸는 것만으로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공간을 마주하는 것이 가능하다.
먼 옛날, 비 온 뒤 우연히 마주하는 것만이 가능했던 특별한 ‘무지개’를 이는 누구나 자신의 집에 띄울 수 있게 되었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빛은 공간과 우리의 기분을 바꾸는 가장 쉽고 아름다운 존재다.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일상에서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빛’을 들임으로써 도심 속 즐거운 환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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